제목: 2009년 5월 15일... 51.5cm의 쏘가리...
이름: 마로™
등록일: 2012-05-02 12:58
조회수: 2339
2009년 5월 15일... 51.5cm의 쏘가리...
한 곳을 줄기차게 파야하는데..
계속되는 낚시점 ‘안쏘가리’님의 독촉이 마음을 흔들리게 합니다.
몇 일전 자고 있는 한 밤중에 전화가 와서는.. 다급한 목소리로...
‘5짜는 건졌는데 6짜급을 발 앞에까지 와서 터추었어!!...’
‘에구구.. 어떡해요...’
한 번 가기 시작하면 계속가야 하는데...
밤을 새고 오면 담날 출근해서 어쩌나... 등등 이런 걱정을 하다가...
그래 딱 두번만 가자... 오늘은 저도 맘을 먹고 퇴근 후 같이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근 한 달간의 댐 수위를 유심히 살피고 예전 자료를 이것 저것 낮에 읽어 보았습니다.
제가 안남에 도착한 시각은 밤 11시..
먼저 온 낚시점 일행들 세명이 한 곳을 계속 공략하고 있었습니다.
수위표를 보니 지난주 보다 수량이 약 20cm 정도 빠졌고 엊그제 보다도 수량이 더 빠졌습니다.
바닥에 그야말로 낚싯줄 천지였습니다.
겁나서 던지질 못하겠습니다.
낮에도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가고 저녁때까지 사람이 있었고..
낚시점 일행들은 그 분들이 다 빠지는 시간에 들어오는 전술을 쓰고 있었습니다..^^
아... 그냥 막막합니다.
한 편으로는 이런데서 꼭 쏘가리를 잡아야하나... 이런 회의감도 드는군요..
근데 뭐..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런거 대충 예상하고 왔으니 이 조건하에서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약 한 시간 정도를 탐색 후 저는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혹시나 모를 바닥상황을 보는데..
상류쪽도 거의 뭐... 낚시줄 천지... 그물이 따로 없군요..
아래쪽 강으로 가야겠습니다.
근데 한 밤중인데다 너무 오랜만에 와서 길을 잘 모르겠습니다.
이 곳 저곳 길 헤메고 들어갔다 나오고 해서 간신히 예전에 들어왔었던 길을 찾았습니다.
발 앞에 슬그머니 돌아나가는 여울이 기분을 좋게 합니다만..
바닥을 잘 몰라.. 예전에 머릿속에 있던 형태만 생각하고 캐스팅을 시작합니다.
위쪽 갈라지는 턱도 그대로이고 완만한 여울 중간의 형태도 비슷한 듯 합니다.
아마도 오늘 물이 빠져서 여기에 이런 형태의 여울이 걸린 듯 합니다.
지그를 살살 밀어주는 기분 좋은 밤 낚시의 패턴입니다.
하지만 가장자리로 돌아나오는 웜을 건드리는 어떤 녀석도 없습니다.
아래쪽 더 이상 내려 갈 수 없는 가장자리 까지 더듬어 내려오는데...
시간을 보니 새벽 3시..
가장자리의 예전 바위형태를 죽어라 긁어보는데도 입질은 전혀 없습니다.
써치를 비추고 저 멀리 강이 돌아쳐 나가는 곳을 보니 던져서 그곳까지 날라갈지 의문입니다.
3/16으로 바꾸고..
p라인의 튼실함을 믿고 좀 처럼 감이 잡히지 않는 먼 곳을 향해 캐스팅을 시작합니다.
사이드 캐스팅으로 멕시멈 뻗으면 암벽지역 앞쪽 5m권에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중간을 넘어서면 빠른 릴링을 해야하는 불편한 상황이지만..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떨어지는 순간부터 3m~4m 정도는 약간의 수심과 슬며시 미는 물살이 느껴집니다.
조금만 더 밀어주면 좋으련만...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최대한 그 쪽 주변으로 최대한 붙이는데..
가라 앉는 웜을 한 바퀴정도 감으니 살짝 톡! 하는 느낌이 납니다.
챔질과 함께 대를 세우니..
잠깐 이지만 움직이지 않고 묵직하게 버티는 그 느낌...
두바퀴 세바퀴 감아들이자... 힘이 느껴집니다.
왔습니다...
그 먼 곳부터 계속 감아들이는 그 중간 중간 버티는 힘이 여간 센게 아닙니다.
바늘도 빵빵하고 라인도 빵빵합니다.
슬로우에서 왔으니 잘 삼켰을 거란 생각도 들고..
가장자리 끝자락이라 랜딩자리가 약간 불안하긴 합니다만... 왠지 자신은 있습니다.
한 5m앞에 왔을 때 녀석의 크기를 알리는 물튀기는 소리...
가장 자리에 와서 한 번 다시 줄행랑을 치더니 배를 뒤집는군요...
아... 빵이 대단한 5짜(잡았을 땐 5짜 중반으로 봄)입니다.
정말 배가 빵빵해서 둔해 보일 정도로 토실토실 합니다.
상류에 계신 분들께 5짜의 소식을 전하고 같이 혹시나 합류할 것을 권유했지만...
들어오는 길을 잘 몰라 그곳에서 계속 낚시를 하기로 하고 저 역시 이곳에서 동이 틀 때까지 있기로 했습니다.
계속 같은 방향, 같은 부근으로 캐스팅이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동이 틀 때까지 입질은 그 것 한 번 뿐이었고 어떤 반응도 없었습니다.
날이 밝아 오고..
녀석을 일행들이 있는 쪽으로 옮기려 꿰미를 들었을 때..
입을 쩍 벌린 오른쪽 입술 끝자락에 우리가 입안이 헐었을 때 처럼 생긴 상처가 있는 걸 알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생미끼 바늘로 보이는 바늘이 걸려있다 얼마전 빠진.. 그런 상처였습니다.
백원짜리 동전만 하게 흔적이 있습니다.
흠... 이 녀석 참...
미꾸라지 먹고 항문으로 낚시줄이 나와있는 녀석, 바늘이 목구멍 근처에 박혀있는 녀석 등등
이런 녀석들을 잡아봤지만 모두 사이즈가 30cm급이였고 바닥에 끊어진 것들을 먹었 던 것이였는데...
이 녀석은 누군가 걸었다 터진 흔적이 있는 녀석입니다.
아마도 누군가의 손에 잡힐 그런 운명이였나 봅니다.
상류쪽 일행들과 합류하고.. 계측을 해보니 51.5cm...
5월 15일... 또 하나의 까먹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군요...
쏘가리는 뭐.. 그 분들이 오라고 해서 온 곳이니 감사한 마음으로 그분들 드리고 ...
5월 15일, 쏘가리 51.5cm, 일행분 쏘가리 30cm, 날씨 맑음, 아침 11도 낮기온 24도, 바람
남동풍 약간, 물색 맑음, 수위 6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