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2008년 9월 18일 ... 털린 녀석과 바닥을 감은 녀석..
이름: 마로™
등록일: 2009-07-27 15:09
조회수: 3407
언제나 그렇듯...
강에서 맞는 가을의 문턱은 늘 풍요로움을 줍니다.
작년 가을엔 유래 없는 가을 장마로 우기가 9월까지 이어지는 특이한 상황을 만들었지만
올 가을의 강은 유난히 가물고 풍요롭지 못한 듯 합니다.
오며 가며 틈틈이 시간 나는데로 강의 상황을 체크했지만...
딱히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습니다.
멧돼지 자리의 올해 봄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자연 적인 상황에서 맞는 봄이였다면 지금까지의 예상과 조과에 맞춰졌어야 했는데
전체적인 상황은...
우선 마릿수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씨알이 대물 아니면 잔챙이로 극과 극의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그로 인해 포인트가 협소해지며 낚시가 점점 더 소극적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연스럽지 못한 인위적인 작업들이 난무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상황은 ...
몇 일간의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는 와중에 최저 수위에 맞췄습니다.
가장 자리에서 단 몇 마리라도 붙어준다면 낚시의 전개가 빨라지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쩔 수 없이 강심의 수중바위틈을 노리는 섬세한 원투 낚시를 구사해야 합니다.
맨발님에게 걸림이 많은 상류쪽을 한 발짝씩 하류로 내려가며 45도 아래로 흘려 감을 것을
주문하고 저는 중류쪽으로 향했습니다.
수량이 많이 빠져서 바위가 다 들어나 접근하기는 수월해 졌습니다.
원투를 해서 강심의 물줄기를 긁어나가기 시작하면서 가장 자리로 돌아오는 웜을 확인합니다.
약 1시간 정도의 캐스팅으로 확인한 건 역시나 꺽지도 별로 없을 정도로 가장자리가 비어 있다는 사실...
강심을 공략하기 위해 강심에 가장 가까운 제일 큰 바위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부딪혀 흐르는 곳을 넘어오면 가라 앉혀 웜을 천천히 바닥근처부터 회수하는 방법을 택합니다.
수중바위를 지그로 툭툭치며 넘기다 최대한 깊이 가라앉히고 다시 감아 들일 때...
입질의 기대는 어떤 사람이라도 똑같을 듯 합니다.
그 바위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가라앉히기 위한 여섯 번째 시도에서..
아주 살짝 느껴지는 입질...
와야 할 곳에서 왔습니다.
힘쓰는게 보통이 아닙니다.
버티고 째고를 두 번 반복하고 물밖으로 잠깐 동안 옆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후레쉬에 잠깐 비춰진 녀석은 대략 50cm 정도 될 듯 합니다.
그런데...
다시 물속으로 쳐박으면서 가장자리에 걸린 바늘이 털리는(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실 녀석의 옆모습을 봤을 때 가장자리에 박힌 바늘의 위치가 저의 자신감을 많이 떨어뜨렸습니다.
30%정도의 힘만 쓰면서 가장자리까지 나왔고 아직 70이 남아있다는 걸 알면서도 건방진 생각을 했습니다.
올 해 대물을 대하는 저의 형편 없는 거만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핑계겠지만 입질이 계속해서 없었다는 이유로 ...
릴링 포인트가 불안정 해서 윗턱에 넣질 못했고...
챔질 타이밍, 동작, 랜딩 자리의 선택 역시 빵점이였습니다.
그래도 요행을 바라고 대충해서 나와주기를 바랬던 제가 더욱 형편없어 보입니다.
상류에 있던 맨발님께 아쉬움이 많은 듯 표현은 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 먹었던 다짐은..
다시 제가 썼던 글들을 차근 차근 또 읽어야 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방치했던 기본기들을 다시 교정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겠습니다.
그 이후의 낚시는 더욱 성의 없어지고 형편없어 지는 그런 낚시...
상류로 올라가 맨발님과 합류...
‘아까 뭐였어요?... 물 튀기는 소리가 엄청 크던데요... ’
‘예... 쏘가리 였는데... 걍... 여기 계속 살 눔이였나봐요...’
‘일단 입질은 거의 없지만 작은 녀석들은 별로 없는 것 같으니 신중하게 상류쪽을 함 더 훑어보자구요’
꺽지, 꺽지...
그런데 잠시 후 거의 직각으로 꺽어지는 맨발의 로드...
긴장한 맨발님의 목소리... ‘마로님... 왔습니다....’
‘어.. 그래요?’ 라고 말하는 순간...
로드가 멈췄습니다.
바닥에 칼 바위들이 많았던 곳이였는데... 예상대로(?) 감아버렸습니다.
꼼짝을 하지 않는 로드를 한참동안 이리저리 실랑이를 해 봅니다.
이미 늦었지만..
제가 바닥설명과 혹시나 모를 상황 설명을 해 준다는걸 깜빡했습니다.
아니... 사실 알아서 해주길 바랬는데...
꼼짝 않는 라인을 계속 당기다 끊어지고...
‘아.. 아까워 디지겠네요... 이렇게 힘쓰는 녀석은 처음입니다.’
그 이후... 둘은
아무 말 없이 낚시도 하지 않는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가자’라는 말도 없이 그 곳을 빠져나왔습니다.
유일하게 한 말은... '오늘 자리를 바꿔서 했으면 어땠을까?..'
두 번 다시 낚시 가고 싶지 않은 그런 기분이였지만...
또 몇 일이 지나면 변함없이 강가에 설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