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2008년 7월 22일 ... 흙탕물, 흙탕물, 46cm
이름: 마로™
등록일: 2008-09-25 16:18
조회수: 3732
2008년 7월 22일 ...
많은 비는 아니지만 찔끔 찔끔 계속되는 호우로 강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얼마 전까지 맑아 졌을 상황에서 어제 내린 비가 어떨지...
D강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강줄기가 보이고 ...
가까이 들어갈수록 물색이 점점 더 탁해집니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뻘건 물색입니다.
무슨 이유가 있을 듯 한데...
이 정도로 갑작스럽게 많은 비가 내린건 아닐텐데..
상류 산간쪽으로 올라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
강 중간을 막아놓고 강을 파헤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에효...
잠시 고민을 하다...
오랜 만에 이 곳을 넘어 보은으로 가볼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차를 몰아.. B천으로 향합니다.
곧이어 멀리 강변이 펼쳐지고...
하지만 오랜만에 찾은 이곳도 물색이 썩 좋지 못합니다.
어제 내린 비로 인해 약간의 감탕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수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오랜 만에 낚시대를 들고 서본 이곳은 어색하기 이를 때 없습
니다.
쏘가리를 어떻게 잡았더라...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제가 가장 처음 쏘가리낚시를 시작한 곳이기도 하고..
스푼으로 6짜 쏘가리를 걸어서 발 앞에서 펼쳐 놓고 보았던 곳..
보은의 개인택시 기사님들이 바톤 터치해가며 저와 쏘가리를 잡던 곳...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그 분들 다 어디서 무얼 하시는지...
문득 보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그 후 보은 일대의 물난리 몇 번과 하천 정비 공사로 수년을 몸살을 앓더니...
결국 홍수가 나지 않게 평평하게 펴 놓은 밋밋한 하천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수심은 얕아지고 강은 넓게 펴지고 ..
바위가 어우러져 있던 곳은 모래와 토사의 바닥으로 채워지고...
쏘가리 한 마리 구경하기 어려운 곳으로 되었습니다.
그래도 몇 년 전 까지 이곳은...
초봄에 한 두 마리의 쏘가리를 간신히 볼 수 있는 그런 곳...
그렇게 옛날 생각을 하며 내려오다 보니 벌써 합수머리근처 까지 왔습니다.
합수머리 위에서 보니 의외로 본류의 물은 아주 좋아 보입니다.
위쪽부터 탐색을 해 내려가기로 하고 채비를 챙겨 강가로 내려갑니다.
오랜 만에 이곳에 오니 약간은 설레이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평범한 그저 그런 여울이 백여m 이어집니다.
두 시간 후..
물색은 괜찮은데 벙벙한 그런 여울의 가장자리는 어떠한 입질도 없었습니다.
역시나...
오늘도 예외 없이 이런 밋밋한 형태의 여울은 다리만 아픈 그런 결과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아래로 내려가 합수머리 위쪽에 서서 물이 섞이는 곳을 공략...
바닥이 옛날 보다 많이 묻혔을 것이고...
숨어있을 확률이 많지 않고...
있다면 무조건 나오는 상황으로 간주되어...
한 단계 무거운 지그와 빠른 릴링...
가장 자리로 돌아 나오는 웜을 후룩 낚아채고 약간의 무게감을 주는 이곳의 첫 손님...
23~24cm 정도 되어 보이는 아주 튼실한 꺽지 녀석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씨알 좋은 꺽지...
잠시 후...
그 녀석보다 작은 쏘가리 한 마리가 강 중간에서 아래턱에 바늘이 박혀 올라옵니다.
흙탕물을 피해 먼 길을 달려 왔는데..
그래도 입질이 있는 곳을 만났으니 기분 좋습니다.
가장 자리 보다는 합수되는 중간쯤의 바닥에서 잔잔한 입질이 이어집니다.
오후로 향하는 시간..
1m씩 더듬으면서 내려온 발걸음이 어느덧 바위 끝자락까지 왔습니다.
그 사이 위쪽에는 몇 명의 조사님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혹시나 중간에 옛날 바위의 형태가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1/5로 던져 강중간의 벙벙한 여울을 지나고..
아주 미세하게 살짝 걸린 느낌 ...
짧은 챔질을 하자 바위처럼 꼼짝을 안하는 ...
그러더니 묵직하게 버티는 힘..
릴링을 시작하니 무겁게 조금씩 딸려 나옵니다.
급한 마음에 큰 바위를 건너뛰어서 아래쪽으로 따라 내려가고..
저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바위의 끝자락에 걸쳤고...
녀석은 여울에 밀려 계속 아래로 내려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여울의 가장자리에서 물이 역회전하는 곳으로 녀석이 들어와 주었습니다.
덩치 큰 본 모습을 보이며 거칠게 물속을 파고들고...
포셉으로 집어낸 녀석은 4짜 중반을 넘는 괜찮은 씨알..
정말... 행운입니다.
예측하고 온것도 아니고 알고 온것도 아닌데...
그 잔챙이들 사이에 이런 녀석이 있을 줄이야..
5년 만에 찾은 그곳은..
이런 행운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7월 22일, 쏘가리 46cm외 20cm급 3마리, 꺽지 2마리,
전날 35mm 강우량, 낮기온 32도, g강 수량 약간 많음 물색 정상, 바람없음
샤우라 2621FF, 세르테이트 빈티지 커스텀 2004, P라인 6LB, 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