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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쏘가리의 놀이터 ‘노루목’
이름: 마로™


등록일: 2009-05-21 21:30
조회수: 6563 / 추천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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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목’이란 지명을 쓰는 강줄기는 비교적 많은 듯 합니다.
제가 아는 달천에만 해도 두 곳, 보청천에도 한 곳...

하나같이 너무나 아름다운 지형과 더불어 멋진 쏘가리들이 있는 곳입니다.

소실 적 ‘쏘가리따라 삼천리’에 심취했을 때...
그 곳은 박대천의 ‘넙적 바위’라고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루어대 옆에 차고 오토바이 타고 족히 그곳을 50번은 오간 듯합니다.
그 많은 시간 동안 쏘가리를 잡은 것은 불과 대여섯 마리...
그것도 30cm 넘는 녀석이 거의 없었습니다.

김홍동 선생님은 5짜를 잡았던 곳이고 4월 17일이면 쏘가리 낚시가 시작된다고 했던 곳인데...
저의 조과는 형편 없었습니다.
물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실력도 한 몫 했겠지만...

2년을 다니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지형이 변했던 것입니다.
저는 94년부터 다녔으니 그 이전의 지형은 알 수가 없었지요...
아니.. 강줄기가 변하리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제가 모르던 시절 노루목은...
큰 비가 오면 몇 번씩 후영교 구다리가 떠내려갔고...
노루목 하류의 그 깊은 수심은 정말 많은 쏘가리들의 동면터를 만들어 주었고 그 상류로
형성된 여울은 5월초만 되면 어김없이 많은 쏘가리들의 산란터 역할을 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95년 ~ 98년 정도까지는 그 옛날 형태의 절반 정도는 남아있었던 듯합니다.
굽이쳐 흐르는 형태를 어느 정도 갖고 있었고 노루목의 '소'도 웬만한 수심을 유지하고 있어서
4월 중순부터는 상류 여울로 항상 쏘가리가 붙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라 저는 그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새벽에 가서 네 마리 잡아냈는데...
혹시나 해서 해 떨어질 무렵 가보니 또 그만큼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몰라도 그냥 좋았습니다.
허접한 캐스팅에 스픈 하나인데... 참 재미있게 낚시했었던 그런 곳이였습니다.

그 후..
저는 낚시의 모든 것을 알려준 금강으로 향했고 ...
한 동안 ‘노루목’이란 곳은 금강의 큰 씨알에 밀려 제 머릿속에서 잠시 지워져 있었습니다.

도파리 아래부터 공주까지...
몇 년간에 걸쳐 돌 하나 하나를 전부 찍고 다녔고...
일 년에 오짜 이상을 17마리도 잡아 봤던 그런 금강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누가...
금강의...
거기 아세요?
라고 물어오면...
지명을 몰라서 ‘어디죠?’ 라고 되물은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명은 몰라도 형태를 알고 있는 그 곳에 가면 어디서 어떤 수량에 어떨 때 쏘가리
가 붙고 안 붙고를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 출발도 김홍동 선생님의 ‘쏘가리 따라 삼천리’ 였습니다.
그 곳에 ‘금산 도파리’라는 곳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수년간의 외도(?)를 하면서도 이따금씩 이곳에 대한 궁금증은 늘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
어쩌다 한번씩 와보면 나오는 쏘가리가 전부 손바닥 사이즈다보니...
잡을 만큼 잡아봤고 할 만큼 해봤던 교만한 맘에..
씨알이 잘다고 우숩게 생각했고...
그래서 점점 맘속에서 사라져가게 되었습니다.

해당사항 없을 줄 알았던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저에게도 예외는 아니였습니다.^^

그래도...
요상하리 만큼 ‘노루목’은 제발을 붙잡았고..
어떤 형태로던 일 년에 한 두 번은 이곳에 와서 낚시대를 드리우곤 갔습니다.

그 후 몇 년이 지난 지금의 그곳은...
강 정비작업으로 넓게 펴놓은 강바닥에...
그 깊던 노루목의 소는 모래로 덮여 절반도 안 되는 수심이 되었고...
꺽지와 쏘가리가 버글버글하던 후영리 계곡은 쭉 뻗은 제방이 싸늘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보기엔 멀쩡하지만..
계류어종의 생태계는 한 마디로 폐허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몇몇 쏘가리들은 그 폐허가 된 군데 군데 작은 둥지를 형성하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마저도 감사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 상류 어딘가에서 마저 어떤 명분으로 공사를 한다면...
그 떠내려 오는 모래와 토사로 인해 그 마저도 다 묻혀 버릴지도 모릅니다.

옛날 보다 쏘가리가 안 나와서 안타깝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그냥 그 옛날의 자연스러운 강이 그리울 뿐입니다.
내 아들에게도 그 아름답던 강에서 살던 물고기와 순수했던 추억들을 얘기해주고 싶은데
또 다시 남들처럼 ‘옛날에는 이랬다’ 식으로 얘기해야할 것 같습니다.

공주의 금강에 가서...
그 옛날 ‘올갱이’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셨던 할머니들의 얘기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 강에 사는 모든 물고기들은 단 한 방울도 그 강을 더럽히지 않았는데 올갱이고 꺽지고
돌고기고... 모두 그 강을 떠났습니다.

누구한테 이런 얘기하면...
니가 그런다고 뭐 어떻게 바뀌냐? 라고 하겠지만...

삼탄의 꺽지가 돌아오던 날 가장 기뻤고 지천의 꺽지가 없어졌을 때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미호천의 꺽지를 찾아 수년간에 걸쳐 발원지까지도 올라갔었고 남한강 하류의 꺽지를 찾기
위해 지류천들을 몇 년간 샅샅이 뒤지기도 했었습니다.

꺽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아닙니다.
꺽지는 쏘가리보다도 더 살아있는 강을 알려주는 어종입니다.
수천 년을 그 곳에서 살아온 쏘가리와 꺽지는...
반드시 돌아와서 다시 우리 후세들에게도 보여줘야 합니다.

자연은 스스로를 복원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치사하고 미안하지만...
강 스스로의 노력으로...
언젠가는 그 형태 그대로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달천 쏘가리의 놀이터 ‘노루목’은 다시 돌아올 날이 분명 있을 거라고...

그게 몇 년이 걸릴지...
몇 십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2009년 5월..
‘노루목’ 출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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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묵한넘
잘 앍었습니다,,
와 닿네요,, 우매한저에게도..
2009-05-22
15:25:16
케디스
좋은 말씀 잘 읽구 갑니다~~항상 한결같은 모습~~참 좋군요~~~^^
2009-05-22
19:11:14
롤링
뭔가 쒜~~ 합니다.
그리고 쏘가리들도 그리워 할겁니다.
자기들의 놀이터를 .........
2009-05-25
20:59:27
중태기
이 좋은 글을 이제야 읽었네요.
정말, 남들처럼 "옛날엔 그랬지"라고 말해야 할 것만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06-15
18:16:15
골든벨
달래강은 다른 강들보다 자연스럽운것 같아는데
변화가 있었군요^^
2009-07-06
21: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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